멸종 위기 동식물, 야생 동물의 주요 전염병과 수의학적 대응

2025. 3. 26. 08:59멸종위기 동식물

멸종 위기 동식물,  야생 동물의 주요 전염병과 수의학적 대응

지구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은 복합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 불법 밀렵과 더불어 ‘전염병’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한정된 개체 수와 좁은 서식 범위를 가진 종일수록 전염병 확산에 더욱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의학적 대응은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종 보전의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멸종 위기 동식물, 야생 동물의 주요 전염병과 수의학적 대응
멸종 위기 동식물,  야생 동물의 주요 전염병과 수의학적 대응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전염병 위험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집단 유전적 다양성이 낮고, 생활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특정 병원체가 침투할 경우 집단 전체가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인간과 가축으로부터 옮겨온 감염병에 특히 민감하며, 이러한 인수공통전염병은 인간 활동이 야생과 접점을 만들수록 더욱 빈번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전염병이 있다.

  1. 치트라 병 (Chytridiomycosis)
    전 세계 양서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곰팡이성 질환으로, 특히 남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의 개구리와 도롱뇽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곰팡이 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가 피부를 감염시켜 호흡과 수분 조절에 장애를 일으킨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맹꽁이 등 일부 양서류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
  2. CDV (Canine Distemper Virus, 개홍역 바이러스)
    육식동물에 널리 퍼지는 바이러스로, 사자, 표범, 스라소니 같은 멸종위기 대형 포식자에게도 치명적이다. 특히 인간에 의해 서식지가 축소되면서 들개나 유기견과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져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다. 1994년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는 CDV로 인해 사자 개체 수가 대규모로 감소한 사례도 있다.
  3. 조류 인플루엔자 (Avian Influenza)
    철새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는 이 바이러스는, 특히 두루미, 황새 같은 대형 조류에게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 한강, 낙동강 유역의 멸종위기 철새들이 고병원성 AI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조류 이동 경로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전반에 걸쳐 위협이 되고 있다.
  4. 백점병 (White-Nose Syndrome)
    박쥐류에게 발생하는 진균 감염병으로, 겨울잠을 자는 박쥐의 코에 흰색 곰팡이가 피는 것이 특징이다. 북미에서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이 병으로 폐사했으며, 일부 희귀종은 멸종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일부 확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수의학적 대응 방안

이러한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수의학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다.

  1. 질병 감시 및 모니터링
    감염병의 조기 발견을 위해 야생동물 서식지에서의 정기적인 건강 상태 확인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드론, 자동카메라, GPS 목걸이 등을 활용해 이동 패턴과 이상행동을 감지하고, 배설물, 혈액 샘플 등을 통해 병원체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2. 격리 및 치료
    감염된 개체는 자연 상태에서 격리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포획 후 보호시설로 옮겨 집중 치료를 진행한다. 이는 개체별 생존율을 높이고, 질병의 추가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일부 종은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진균제 등을 활용해 치료가 가능하며, 일정 회복 후 재방사되는 경우도 있다.
  3. 백신 접종과 면역 강화
    일부 야생동물에 대해 예방백신 접종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멸종위기 족제비에게 CDV 백신을 투여하거나, 고병원성 AI에 대비한 철새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다. 다만 야생 개체 전체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보호구역 내 사육 개체 또는 재도입 개체에 우선 적용된다.
  4. 서식지 관리 및 인간과의 접촉 차단
    질병의 근본적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가축의 방목을 제한하며, 밀렵과 불법 거래를 단속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서식지 주변의 폐수 처리, 위생 관리도 전염병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
  5. 유전자 다양성 보존
    유전적 다양성이 높을수록 개체군은 병원체에 대한 내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체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종에 대해서는 유전자 다양성을 고려한 번식 프로그램이 추진된다. 수의사와 유전학자가 협력하여 생식 세포 보존, 인공 수정 등의 방법으로 건강한 개체군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결론

전염병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에게 있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위협이다. 특히 인간 활동과 생태계의 교차점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위험은 더 커진다. 수의학은 단순히 병든 동물을 치료하는 차원을 넘어, 생태계 보전과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핵심 과학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과학적 지식과 윤리적 책임을 바탕으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그 중심에 질병 대응 전략이 있어야 한다.